📑 목차
매일 반복되는 아침 전쟁의 진짜 원인
초등학생을 키우는 많은 부모에게 아침은 하루 중 가장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시간이다. 분명 어젯밤에 가방도 챙겨 두었고, 아침에 해야 할 일도 매일 똑같은데 아이는 늘 멈춘다. 옷을 들고 한참을 서 있거나, 밥을 먹다 말고 멍하니 앉아 있고, “지금 뭐 해야 해?”라는 질문이 반복된다. 부모인 나는 답답해지고, 결국 재촉과 잔소리가 늘어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이 아이는 매일 같은 아침을 이렇게 힘들어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이의 태도나 성격이 아니라, 실행기능이라는 아동발달 개념 안에 있다. 아이가 아침 준비를 힘들어하는 진짜 이유를 실행기능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시작하면, 아침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1. 실행기능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아침에 가장 많이 쓰이는가
실행기능은 계획하기, 행동 시작하기, 순서 유지하기, 중단 후 다시 이어가기,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을 포괄하는 기능이다. 이 능력은 주로 전두엽과 관련되어 있으며, 아동기부터 청소년기를 거쳐 서서히 발달한다. 중요한 점은, 실행기능은 ‘알고 있는 것’을 ‘실제로 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이다.
아침은 하루 중 실행기능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시간이다. 잠에서 깨어 각성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행동을 연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씻기, 옷 입기, 밥 먹기, 가방 챙기기, 시간 의식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실행기능을 필요로 한다. 성인에게는 자동화된 행동이지만, 아이에게는 매일 새롭게 조율해야 하는 과제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부모는 아이를 의지 부족으로 오해하기 쉽다.
2. 초등 저학년: 실행기능의 ‘시작 단계’에서 겪는 혼란
초등 저학년, 특히 1~2학년 시기의 아이들은 실행기능이 막 작동하기 시작한 단계에 있다. 이 시기의 실행기능은 아직 ‘자동화된 능력’이 아니라, 매번 의식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미숙한 기능에 가깝다. 그래서 아이는 머리로는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어도, 그 행동을 자연스럽게 이어 가는 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어른에게는 단순한 행동 연속이 아이에게는 하나하나 새로 조립해야 하는 과제처럼 느껴진다.
아동발달적으로 이 시기의 아이들은 주의 집중 시간이 짧고, 작업 기억의 용량도 제한적이다. “옷 입고 나오면 밥 먹어”라는 말은 두 가지 행동을 동시에 기억해야 하는 지시다. 아이의 뇌는 첫 번째 행동에 집중하는 순간, 두 번째 행동을 잊어버리기 쉽다. 그래서 옷을 입다가 멈추거나, 입고 나왔지만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멀뚱히 서 있는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이는 집중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동시에 여러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저학년 아이들은 ‘행동 전환’이 매우 어렵다. 한 행동에서 다른 행동으로 넘어가는 순간마다 실행기능이 새롭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옷을 입는 행동이 끝나면, 그다음에 밥을 먹기 위해 자리 이동을 해야 한다. 이 전환 지점에서 아이는 잠시 멈춘다. 부모 눈에는 그 멈춤이 답답해 보이지만, 아이에게는 뇌가 다음 행동을 준비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이때 아이가 느린 것은 고의가 아니다. 실행기능이 아직 자동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 단계마다 속도를 조절하고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 어른처럼 몸이 먼저 움직이지 않고, 머리가 행동을 하나씩 끌고 가는 구조다. 그래서 부모가 “왜 이렇게 느려”라고 재촉하면, 아이는 더 급해지지만 행동은 더 꼬이게 된다. 긴장은 실행기능을 돕지 않고, 오히려 방해한다.
저학년 아이의 아침 준비가 느린 또 다른 이유는 감정 조절과 실행기능이 아직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만 압박을 받아도 감정이 먼저 흔들리고, 그 순간 행동은 멈춘다. 울거나 멍해지거나, 괜히 딴짓을 하는 모습은 반항이 아니라 조절 시스템이 과부하 상태에 들어갔다는 신호다.
아동발달 관점에서 이 시기의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시가 아니다. 오히려 지시를 줄이고, 구조를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 행동의 순서를 매일 같게 유지하고, 말은 한 번에 하나의 행동만 안내하는 것이 실행기능의 부담을 크게 낮춘다. 아이는 이 반복 속에서 조금씩 행동을 연결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결국 초등 저학년의 아침 준비는 훈련의 대상이 아니라 연습의 과정이다. 아이는 매일 아침 실행기능을 사용하며 성장하고 있다. 느림은 실패가 아니라, 발달이 진행 중이라는 증거다. 이 사실을 이해할 때, 부모의 마음도 아이의 아침도 훨씬 덜 흔들리게 된다.
3. 초등 중학년: 알지만 아직 혼자서는 어려운 단계
초등 중학년, 특히 3~4학년 시기는 아이의 능력이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부모의 기대도 함께 높아지는 시기다. 말로 설명하면 대부분 이해하고, 학교 규칙도 잘 따르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 넓어진다. 그래서 부모는 자연스럽게 “이 정도면 혼자서도 충분히 하겠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아동발달 관점에서 보면, 이 시기의 실행기능은 겉으로 보이는 능력만큼 안정되지 않은 상태다.
초등 중학년 아이들은 해야 할 일을 ‘모른다’기보다, 알고도 실행으로 옮기기 어려운 단계에 가깝다. 가방을 챙겨야 한다는 것도 알고,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 어느 순서로 해야 효율적인지, 중간에 방해를 받아도 어떻게 다시 이어 가야 하는지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실행기능 중에서도 ‘행동 개시’와 ‘순서 조절’ 능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기 아이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모습이 있다.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멍하니 앉아 있거나, 준비물 앞에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부모 눈에는 의도적으로 미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아이는 시작 신호를 내부에서 만들어 내지 못한 상태일 수 있다. “알고 있으면서 왜 안 해?”라는 말은 아이에게는 답이 없는 질문처럼 느껴진다.
특히 아침처럼 시간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는 이 어려움이 더 크게 드러난다. 중학년 아이들은 시간의 흐름을 개념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그 시간을 행동 속도와 정확히 연결하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이제 10분 남았어”라는 말이 실제 행동의 속도 조절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아이는 급해지지만, 행동은 오히려 더 엉키거나 멈추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중학년 아이들이 감정적으로 매우 민감해지는 시기라는 점이다. 또래 관계와 학교 생활에서 이미 많은 자기 조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집에 돌아오거나 아침을 맞이할 때 조절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상태에서 아침 준비까지 스스로 완벽하게 해내라는 요구는 실행기능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
아동발달적으로 이 시기의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갑작스러운 ‘독립’이 아니라, 점진적인 이양이다. 부모가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 구조는 유지하되 개입의 양을 서서히 줄여 가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아침 순서는 여전히 고정해 두되, “이제 뭐 해야 해?”라는 질문에 바로 답을 주기보다 “지금 단계가 뭐였지?”라고 되묻는 식이다. 이는 아이의 실행기능을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실행기능을 연습할 수 있도록 돕는 질문이다.
결국 초등 중학년의 아침 준비가 불안정해 보이는 이유는, 아이가 게을러서도, 의지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실행기능이 ‘혼자서 완벽하게’ 작동하기에는 아직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이해할 때, 부모의 기대는 비난이 아닌 조정으로 바뀌고, 아이는 실패 대신 연습의 기회를 얻게 된다.
4. 초등 고학년: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에너지가 많이 드는 시기
초등 고학년, 특히 5~6학년은 실행기능이 눈에 띄게 성숙해진 시기다.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알람을 끄고 일어나며, 아침 준비도 큰 도움 없이 해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부모는 이 시기의 아이를 이미 ‘거의 다 큰 아이’로 인식하기 쉽다. 그러나 아동발달 관점에서 보면, 고학년의 실행기능은 기술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정서적 에너지와 결합된 조절 능력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이 시기의 아침이 힘든 이유는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가 아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문제는 그 행동을 수행할 정서적 여유와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고학년 아이들은 학교에서 학습 부담이 커지고, 성취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수행평가, 숙제, 시험, 비교의 대상이 되는 환경 속에서 아이는 하루 종일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실행기능과 감정 조절 능력은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된다.
또한 고학년 시기는 또래 관계가 급격히 중요해지는 시기다. 친구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긴장, 갈등, 불안은 아이의 에너지를 눈에 띄지 않게 갉아먹는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속에서는 계속해서 상황을 해석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시작부터 이미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 가깝다.
그래서 고학년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아침의 어려움은 종종 다른 형태로 드러난다. 저학년처럼 멍하니 멈추기보다는, 이유 없이 짜증을 내거나 말수가 줄어들고, “알아서 할게”라는 말로 대화를 차단하기도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반항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조절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에서의 방어 반응일 가능성이 크다.
아동발달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이 시기의 아이에게 아침 준비는 더 이상 실행기능 훈련의 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에너지를 회복하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고학년 아이에게 세세한 지시를 계속하는 것은, 이미 소진된 실행기능에 또 다른 부담을 얹는 일이다. 대신 “지금 상태 괜찮아 보여”, “필요하면 말해”와 같은 말은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정서적 안전감을 제공한다.
또한 고학년 아이에게는 통제보다 선택권이 더 효과적이다. 아침 준비의 큰 틀은 유지하되, 순서나 방식에 약간의 선택을 허용하면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속에서 행동할 수 있다. 이는 자율성과 책임감을 동시에 키우는 방식이다.
결국 초등 고학년의 아침이 힘든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미 많은 것을 해내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가 부족해진 것이다. 겉으로는 잘 해내는 것처럼 보여도, 그 이면에는 상당한 노력이 숨어 있다. 이 사실을 이해할 때, 부모는 고학년 아이의 아침을 다시 보게 되고, 아침은 또 한 번 성장의 관점에서 조정될 수 있다.
5. 사실 엄마도 아침 준비가 힘들다
이 이야기에서 종종 빠지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아이만 힘든 것이 아니라, 엄마 역시 아침이 가장 버거운 시간이라는 점이다. 아이의 아침 준비가 느리게 흘러갈수록 엄마의 마음이 조급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성격이나 인내심의 문제가 아니다. 엄마 역시 아침에 매우 많은 실행기능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 시간의 엄마는 여러 역할을 한꺼번에 수행한다. 출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준비를 하면서 아이의 등교 시간을 계산해야 하고, 전업맘의 경우에도 집안 정리, 식사 준비, 아이 일정 관리까지 동시에 떠올린다. 오늘 학교에 필요한 준비물은 없는지, 늦지는 않을지, 하루 일정이 어긋나지는 않을지까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점검한다. 이 모든 과정은 계획, 전환, 감정 조절이 동시에 필요한 고난도의 실행기능 작업이다.
이렇게 이미 실행기능이 과부하 상태에 놓이면, 말은 자연스럽게 짧아지고 직설적으로 변한다. “빨리”, “지금”, “왜 아직도야” 같은 말이 입에서 먼저 튀어나오는 이유는, 엄마의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뇌가 효율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아동발달 관점에서 보면, 이는 아이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엄마 역시 에너지가 부족해진 상태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때 엄마는 스스로를 자주 자책한다. “왜 이렇게 화가 날까”, “왜 말이 거칠어질까”라고 생각하지만, 그 원인은 아이에게 있지 않다. 엄마가 예민해지는 이유는 이미 너무 많은 판단과 선택을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실행기능이 미성숙한 것처럼, 엄마의 실행기능도 아침에는 쉽게 지친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아침의 긴장은 한 단계 낮아질 수 있다.
중요한 전환점은 여기서 시작된다. 아침의 갈등을 ‘누가 문제인가’의 관점으로 보지 않고, ‘둘 다 힘든 시간’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다. 아이는 발달 단계상 힘들고, 엄마는 역할 과부하로 힘들다. 이 공통점을 이해하면, 재촉과 방어의 대화 대신 공감과 조정의 대화가 가능해진다.
아동발달적으로 건강한 아침은, 엄마가 완벽하게 참는 아침이 아니다. 오히려 엄마의 부담을 줄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이에게도 도움이 된다. 아침 흐름을 단순화하고, 말의 양을 줄이며,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하려 하지 않을 때 엄마의 실행기능은 조금 숨을 돌릴 수 있다. 그 여유는 다시 아이에게 전달된다.
결국 아이와 엄마가 모두 힘들지 않은 아침은, 누군가를 더 잘 훈육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로의 발달 상태와 에너지 한계를 인정하고, 아침이라는 시간을 함께 조정할 때 가능해진다. 그 순간 아침은 더 이상 싸움의 시간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6. 아이도 안 힘들고 부모도 안 힘든 아침을 만드는 방법
해결의 핵심은 아이의 실행기능을 단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행기능을 덜 쓰게 만드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첫째, 아침 행동의 순서를 최대한 고정한다. 매일 같은 순서, 같은 동선은 실행기능의 부담을 크게 줄인다.
둘째, 말은 지시가 아니라 연결로 바꾼다. “빨리 해” 대신 “이거 끝나면 다음은 이거야”라는 말은 아이의 실행기능을 외부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셋째, 완벽한 속도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중간에 멈추지 않고, 갈등 없이 아침을 마치는 것이 훨씬 중요한 목표다.
초등 아이가 아침 준비를 힘들어하는 진짜 이유는 실행기능의 미성숙이나 과부하 때문이다. 이는 아이의 문제도, 부모의 실패도 아니다. 발달 과정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사실을 이해하면, 아침은 더 이상 전쟁의 시간이 아니다.
아이의 실행기능을 믿고, 환경으로 도와주고, 부모 스스로의 부담도 인정할 때 아침은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아이도 덜 힘들고, 부모도 덜 지친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하루는,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흘러간다. 이것이 실행기능 관점에서 바라본, 진짜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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