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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발달과 생활루틴] 방학 중 "왜 이렇게 하루가 긴지 모르겠어"라는 말의 정체 - 아동발달과 보호자 실행 기능 소모 관점

📑 목차

    엄마 번아웃으로 나타나는 시간 감각 붕괴

    방학이 되면 많은 엄마들이 비슷한 말을 반복한다. “할 일은 줄었는데 왜 이렇게 하루가 긴지 모르겠어”, “시간은 많은데 계속 쫓기는 느낌이야”. 이는 단순한 피로 호소가 아니라, 시간을 인식하고 관리하는 뇌의 기능이 무너질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호에 가깝다. 아동발달과 보호자 실행기능 관점에서 보면, 방학은 실제로 시간이 늘어난 시기가 아니라 시간을 구성해 주던 외부 구조가 사라진 시기다. 이 구조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이 고스란히 보호자에게 넘어오면서, 엄마는 하루 종일 시간의 흐름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바로 ‘시간 감각 붕괴’다.

    [아동발달과 생활루틴] 방학 중 "왜 이렇게 하루가 긴지 모르겠어"라는 말의 정체 - 아동발달과 보호자 실행 기능 소모 관점

    1. 아동발달과 생활루틴 중 할 일의 양이 아니라 ‘전환 횟수’가 엄마를 지치게 한다

    많은 엄마들이 방학 중 느끼는 피로를 “하루 종일 너무 바빠서”라고 해석하지만, 실행기능 관점에서 보면 방학의 피로는 바쁨 그 자체보다 끊임없는 전환 요구에서 비롯된다. 전환이란 단순히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뇌가 하나의 맥락을 종료하고 다른 맥락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는 현재 상태를 멈추고, 다음 상황을 예측하며, 그에 맞는 반응을 선택하는 고도의 실행기능이 동원된다. 문제는 방학 중 엄마의 하루가 이러한 전환으로 끊임없이 잘게 쪼개진다는 점이다.

     

    방학 중 하루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마는 하나의 역할에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식사를 준비하다가 아이의 다툼을 중재하고, 중재를 하다 아이의 지루함을 해결해야 하며, 그 사이 외출 여부와 날씨, 비용까지 동시에 고려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엄마는 물리적으로는 한 공간에 있어도, 인지적으로는 계속 다른 맥락으로 이동한다. 실행기능은 이러한 맥락 이동에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특히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전환, 즉 외부 요구에 의해 발생하는 전환은 더 큰 소모를 만든다.

     

    실행기능 발달 관점에서 보면, 방학 중 엄마는 자신의 실행기능을 사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이의 미성숙한 실행기능을 대신 작동시키는 역할까지 맡는다. 아이는 아직 언제 쉬고, 언제 멈추고, 언제 다음 활동으로 넘어가야 하는지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다. 학교에서는 이 역할을 시간표와 규칙이 대신해 주지만, 방학에는 그 구조가 사라진다. 그 결과 아이의 전환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부담이 전부 보호자에게 집중된다. 이는 단순한 돌봄을 넘어, 하루 종일 외부 실행기능 역할을 수행하는 상태다.

     

    이 전환 소모가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부분의 전환이 명확한 시작과 끝없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방학 중에는 “이제 끝”, “다음으로 넘어간다”는 신호가 약하다. 아이는 놀다가 갑자기 심심해하고, 쉬다가 다시 자극을 요구한다. 엄마는 그때마다 상황을 해석하고 개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 판단 과정 자체가 실행기능을 사용한다. 무엇을 하든 늘 “지금이 맞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태는, 실제 행동량과 무관하게 뇌를 지속적으로 긴장시킨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러한 전환이 눈에 보이는 성과로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루가 끝났을 때 엄마는 “한 게 별로 없다”라고 느끼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십 번의 판단과 전환을 처리했다. 실행기능 소모는 근육 피로처럼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엄마는 자신의 피로를 정당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게 된다. 이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왜 이렇게 하루가 길지”라는 시간 감각의 왜곡이다.

     

    결국 방학 중 엄마를 지치게 하는 것은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하루를 끊임없이 다시 설계해야 하는 구조다. 전환이 많을수록 뇌는 휴식 모드로 들어가지 못하고, 항상 다음 상황에 대비하게 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회복감은 줄고, 하루는 유난히 길고 무겁게 느껴진다. 방학 번아웃의 핵심은 개인의 체력이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전환 횟수가 과도하게 많아진 환경에 놓여 있다는 데 있다.

    2. 방학 중 외부활동 증가가 루틴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이유

    방학이 되면 많은 가정에서 외부활동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아이와 집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답답함이 커지고, 무료 체험이나 문화 행사, 도서관 프로그램, 박물관 관람 같은 일정이 하나둘 추가된다. 이는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보호자의 책임감에서 비롯된 선택이다. 그러나 실행기능 관점에서 보면, 외부활동의 증가는 단순히 활동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전환 구조를 복잡하게 만드는 변화에 가깝다.

     

    외부활동 하나가 만들어내는 전환의 흐름을 세분해 보면 부담은 더욱 분명해진다. 외출을 결정하는 순간부터 준비, 이동, 대기, 활동 참여, 활동 종료, 귀가, 이후 회복까지 하나의 연속된 전환 체인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아직 스스로 전환을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 단계의 시작과 끝을 정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은 대부분 엄마가 맡는다. 실행기능 발달 관점에서 이는 보호자가 하루 동안 여러 차례 외부 실행기능 역할을 수행하는 상태다.

     

    문제는 외부활동 자체보다, 외부활동이 기존 생활루틴의 기준점을 흐린다는 점이다. 방학 중에도 아이의 기상 시간, 식사 시간, 휴식 시간은 실행기능과 정서 안정을 지탱하는 핵심 축이다. 그러나 외출이 잦아지면 이 기준점들이 쉽게 밀린다. 늦게 나가기 위해 기상이 앞당겨지거나, 이동 중 식사를 하며 식사 리듬이 흐트러지고, 활동 후 충분한 회복 없이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는 일이 반복된다. 이 상태에서는 하루의 흐름을 아이도, 보호자도 명확히 인식하기 어렵다.

     

    실행기능 관점에서 더 큰 부담은 깨진 루틴을 다시 회복해야 하는 추가 작업이다. 외부활동으로 루틴이 흔들린 뒤에는, 다시 평소 흐름으로 되돌리기 위한 계획과 조정이 필요하다. 언제 쉬게 할지, 오늘은 얼마나 허용할지, 취침 시간을 어떻게 맞출지와 같은 판단이 이어진다. 즉 엄마는 외부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한 번 에너지를 쓰고, 그 여파로 무너진 생활루틴을 수습하는 데 또 한 번 에너지를 쓰게 된다. 이 이중 소모가 누적되면 방학 후반으로 갈수록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 너무 지친” 상태에 빠지기 쉽다.

     

    아동발달 관점에서 보면 아이 역시 이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하루의 흐름이 예측되지 않으면 아이의 실행기능은 계획과 전환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감정 반응으로 상황을 넘기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외부활동이 많은 날일수록 아이가 더 예민해지거나, 귀가 후 짜증과 무기력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활동이 과도해서가 아니라, 활동 사이를 지탱해 주는 루틴의 바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관점에서 방학 중 외부활동을 조정하는 핵심은 활동의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생활루틴 안에 고정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외부활동은 가능한 한 오전에만 배치하고, 오후는 회복과 자유 놀이를 위한 구간으로 남겨 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렇게 하면 아이와 보호자 모두 “외출 후에는 쉰다”는 흐름을 예측할 수 있고, 전환에 필요한 실행기능 부담이 줄어든다. 외부활동이 있는 날과 없는 날의 리듬을 의도적으로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전략은 루틴을 ‘완벽하게 지키려는 목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방학 중에는 모든 시간대를 정확히 맞추는 것보다, 기상·식사·취침 같은 핵심 기준점만 유지하는 것이 실행기능 소모를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다. 이 기준점이 유지된 상태에서 외부활동을 끼워 넣으면, 루틴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탄력적으로 늘어났다 줄어드는 구조로 작동한다.

    3. 방학 중 엄마 번아웃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현실적 이유, 생활비 부담

    방학 중 엄마 번아웃을 이야기할 때 정서적·인지적 피로는 자주 언급되지만, 생활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 드러난다. 그러나 실제로 방학은 가계 지출 구조가 단기간에 크게 바뀌는 시기다. 급식이 중단되면서 하루 세끼 식사가 모두 가정의 책임이 되고, 간식과 음료 소비가 늘어난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전기료와 냉방비도 함께 증가한다. 여기에 외부활동이나 체험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방학은 지출이 한꺼번에 몰리는 기간이 된다.

     

    이러한 생활비 증가는 단순한 금전 문제를 넘어 보호자의 실행기능과 정서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용 증가는 곧 계획 수정, 우선순위 재조정, 선택의 압박을 동반한다. 무엇을 줄일지, 어디까지 허용할지, 이 활동이 꼭 필요한지와 같은 판단이 계속해서 요구된다. 이 판단 과정 자체가 실행기능을 지속적으로 소모시킨다.

     

    특히 방학 중 생활비 부담은 일회성 계산이 아니라, 지속적인 경계 상태를 만든다는 점에서 보호자를 더 지치게 한다. 아이가 간식을 요구할 때, 외출을 제안할 때, 냉방을 조절할 때마다 보호자는 머릿속으로 비용을 함께 계산한다. 겉으로는 쉬는 것처럼 보여도, 뇌는 계속해서 평가와 억제를 반복한다. 실행기능 관점에서 이는 휴식이 아니라, 낮은 강도의 과제가 계속 이어지는 상태에 가깝다.

     

    이러한 경제적 긴장은 보호자의 정서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활비에 대한 걱정은 신경계를 이완시키기 어렵게 만들고, 반응 역치를 낮춘다. 평소라면 넘길 수 있는 아이의 요구도 부담으로 느껴지고, 사소한 상황에도 짜증이나 불안이 쉽게 올라온다. 이는 보호자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비용 스트레스가 실행기능과 감정 조절 자원을 잠식한 결과다.

     

    아동발달 관점에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보호자의 긴장 상태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아이는 보호자의 말뿐 아니라 표정, 반응 속도, 판단의 일관성을 통해 환경의 안정성을 감지한다. 보호자가 비용과 계획에 대한 압박 속에서 예민해지면, 아이는 이를 하루가 불안정하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그 결과 아이는 더 자주 보채거나, 확인 행동을 늘리거나, 반대로 요구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생활비 부담이 쉽게 언어화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많은 엄마들은 방학 중 피로와 예민함을 느끼면서도 이를 경제적 압박과 연결하지 못한다. 대신 “내가 예민한가”, “체력이 떨어졌나”와 같은 자기 평가로 해석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방학이라는 기간 자체가 정서적 부담, 실행기능 소모, 경제적 압박을 동시에 밀집시키는 구조를 갖고 있다.

    4. 시간 감각 붕괴를 줄이기 위한 방학 루틴의 재정의

    방학 중 “하루가 너무 길다”는 감각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촘촘한 계획이 아니다. 실행기능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전환 횟수를 줄이고 판단을 미리 고정해 두는 구조다. 예를 들어 외출 요일과 시간대를 정해 두거나, 하루 중 ‘엄마가 관리하지 않는 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실행기능 소모는 크게 줄어든다. 외부활동은 매번 새로 결정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루틴 안의 하나의 블록으로 취급될 때 부담이 덜하다.

     

    또한 방학 루틴에는 아이의 놀이와 휴식뿐 아니라, 엄마의 회복 구간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이 회복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판단과 전환에서 벗어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 확보될 때 엄마의 시간 감각은 서서히 회복되고, 하루의 길이도 다시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돌아온다.

    마무리 : 방학 중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이유

    방학 중 “왜 이렇게 하루가 긴지 모르겠다”는 말은 게으름이나 나약함의 표현이 아니다. 이는 할 일의 양이 아니라 전환 횟수와 판단 부담이 과도해질 때 나타나는 실행기능 소진의 신호다. 외부활동 증가, 루틴 붕괴, 생활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엄마의 뇌는 하루 종일 멈추지 못한다. 방학 루틴의 핵심은 더 많은 활동을 넣는 것이 아니라, 전환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아이의 회복뿐 아니라 엄마의 회복이 함께 고려될 때, 방학의 하루는 비로소 지나치게 길지 않은 시간으로 다시 인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