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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초보의 욕실 곰팡이 기록

📑 목차

    물기·습기·환기에 대한 오해, 그리고 물때막과 곰팡이의 연결 고리

    내가 살림초보 시절 가장 먼저 마주한 문제는 생각보다 사소한 곳에서 시작됐다. 바로 욕실이었다. 매일 사용하는 공간이고, 늘 물로 씻어내는 곳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깨끗할 거라고 믿었던 장소였다. 게다가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 욕실은 새것처럼 보였고, 눈에 띄는 오염도 없었다. 그래서 욕실 관리는 큰 고민 없이 지나쳤다. 샤워 후 환풍기를 켜두고 문을 닫아두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남은 물기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마를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실리콘 틈에서 처음 발견한 곰팡이는 단순한 얼룩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욕실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방치해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부터 욕실은 더 이상 늘 깨끗할 거라고 믿었던 공간이 아니라, 관리하지 않으면 가장 먼저 신호를 보내는 장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아마 처음 독립하신 분들이나 살림을 처음 시작한 분들이라면 공감하실지도 모르겠다. 살림은 내가 손대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모든 공간은 결국 내 사용 습관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을 말이다. 특히 욕실은 그 변화가 가장 빠르게 드러나는 곳이었다. 물을 쓰는 방식, 사용 후의 태도, 사소한 방치가 그대로 흔적으로 남았다.

     

    글은 살림초보였던 내가 욕실 곰팡이를 처음 마주하며 깨달았던 물기, 습기, 환기에 대한 오해와, 뒤에 숨어 있던 물때막과 곰팡이의 연결 고리를 정리한 번째 기록이다. 욕실이라는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공간에서 시작된 경험은 이후 살림 전반을 바라보는 기준을 바꾸는 출발점이 되었다

    살림초보의 욕실 곰팡이 기록

    물기와 습기에 대한 첫 번째 오해

    처음에는 물기와 습기를 같은 개념으로 생각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욕실 바닥과 벽이 젖어 있는 상태를 그저 지금은 물이 남아 있는 상태 정도로만 인식했다. 시간이 지나면 마를 것이고, 마르면 문제가 끝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특별히 물기를 닦아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실제로 욕실에서 문제를 만드는 건 물이 있는 순간이 아니라, 물이 머무는 시간이었다. 물기가 빠르게 제거되지 않고 욕실 곳곳에 남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공간은 곰팡이가 자라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물이 사라졌다는 결과만 봤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 표면이 젖어 있었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습기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였다. 욕실 안이 뿌옇게 김이 서리면 조금 있으면 빠지겠지라고 생각했고, 환풍기를 켜두면 해결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환풍기를 켜두는 것만으로는 욕실 표면에 붙어 있는 물기까지 바로 사라지지 않았다. 공기 중 습도는 조금 낮아질지 몰라도, 타일 틈, 실리콘, 선반 아래에 남아 있는 물은 그대로였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서 욕실은 늘 보이지 않는 습기를 품은 공간이 되어갔다. 곰팡이는 바로 그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

     

    환기에 대한 착각, 그리고 방치라는 이름의 습관

    나는 오랫동안 환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안심시키는 기준으로 사용해왔다. 샤워 후 환풍기를 켜고 문을 닫는 행동만으로도 욕실 관리를 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행동은 관리라기보다는 방치에 가까웠다. 환풍기를 켜둔 채로 나는 욕실을 떠났고, 그 이후 욕실 상태를 다시 확인하지 않았다. 물기가 실제로 얼마나 남아 있는지, 어느 지점이 가장 늦게 마르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환풍기를 켰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을 뿐이었다.

     

    문제는 이 습관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매일 반복됐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욕실의 특정 지점들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바닥과 타일은 미묘하게 미끄러운 느낌을 남겼고, 닦아도 개운하지 않은 잔여감이 손에 남았다. 그리고 어느 날, 실리콘 틈에서 처음으로 검은 점을 발견했다. 그 순간 나는 환기만으로는 욕실 관리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

     

    환기는 욕실 습기를 줄이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었다. 공기 중의 습도는 낮출 수 있었지만, 타일과 실리콘, 선반 아래에 남아 있던 물기까지 사라지게 하지는 못했다. 물기가 직접 제거되지 않는 한, 곰팡이가 자랄 조건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 경험은 이후 다른 공간을 바라보는 기준이 되었다. 벽지의 눅눅함, 주방 수납장 안의 습기, 식자재 보관 중 생기는 곰팡이까지. 결국 모든 문제의 시작에는 환기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었던 습관이 공통적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물때막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된 순간

    욕실 곰팡이를 관찰하다 보니, 그 이전 단계에 항상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바로 물때막이었다. 처음에는 물때를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로만 여겼다. 표면이 흐릿해지고, 닦아도 개운하지 않은 상태 정도로 인식했다. 하지만 곰팡이가 생긴 자리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 아래에는 항상 미끄럽고 끈적한 느낌의 얇은 막이 형성돼 있었다. 이 막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었다.

     

    샤워할 때 몸에서 나오는 유분, 샴푸와 바디워시에서 나오는 계면활성제 성분이 물과 함께 욕실 표면에 남았다. 이 성분들은 물이 마르면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아주 얇은 층으로 표면에 붙어 있었다. 그 위에 다시 물이 닿고, 다시 마르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물때막은 점점 두꺼워졌다. 이 물때막은 단순한 얼룩이 아니라, 곰팡이가 붙어 자라기 좋은 발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물기만 있을 때보다, 물때막이 형성된 표면은 곰팡이가 자리 잡기 훨씬 쉬운 상태였다.

     

    물때막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과 그 형성 과정을 정리한 글은 이전 포스팅에서 다루었다. 이 글에서는 욕실 곰팡이를 이해하기 위한 흐름 속에서, 물때막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곰팡이는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라, 물때막이라는 보이지 않는 층 위에서 천천히 자라난 결과였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물때막과 곰팡이의 연결 고리

    곰팡이는 깨끗한 표면보다, 이미 무언가 쌓여 있는 표면을 선호한다. 물때막은 그 조건을 완벽하게 만들어준다.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미세한 요철과 끈적한 성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곰팡이 포자가 붙어 있기 쉽다. 게다가 물때막은 수분을 오래 붙잡는 성질이 있다. 눈으로 보기에는 마른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표면에 습기가 오래 남아 있게 된다. 이 상태는 곰팡이에게는 최적의 환경이다.

     

    나는 그동안 곰팡이를 발견하면 바로 제거하려고만 했지, 그 아래에 깔려 있던 물때막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곰팡이를 닦아낸 뒤에도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자리에 다시 곰팡이가 생겼다. 이제 와서 보니 문제는 곰팡이 자체가 아니라, 곰팡이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물때막을 쌓아가고, 물기를 오래 남기고, 환기로 충분하다고 착각한 생활 습관이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욕실 관리에 대한 기준이 바뀌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욕실 관리에 대한 나의 기준은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눈에 보이는 얼룩을 지우는 것이 관리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물을 사용한 직후 어떤 상태로 욕실을 남겨두는지가 훨씬 중요하게 느껴진다. 물기를 얼마나 빨리 제거하는지, 어떤 지점이 가장 늦게 마르는지, 물때막이 쌓일 조건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됐다.

     

    완벽하게 반짝이는 욕실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대신 곰팡이가 자랄 조건을 만들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기준이 됐다. 물기 제거와 간단한 정돈만으로도 욕실의 전체적인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다. 욕실 곰팡이는 갑자기 나타난 문제가 아니었고, 내가 만들어온 환경의 결과였다. 이 기록은 그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한 첫 번째 기록이다.

     

    다음 기록을 위한 정리

    욕실 곰팡이를 통해 나는 살림 관리가 청소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 이후의 태도라는 배우게 됐다. 물기, 습기, 환기에 대한 오해를 하나씩 벗겨내면서, 물때막과 곰팡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기록에서는 욕실 안에서도 특히 살림초보가 가장 많이 놓치는 지점들, 그리고 곰팡이가 먼저 자리 잡았던 구체적인 위치들에 대해 자세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글은 연재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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