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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초보의 청소기 속 곰팡이 기록

📑 목차

    깨끗함을 만드는 도구도 결국 하나의 공간이었다

    살림초보로 집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공간마다 다른 곰팡이의 얼굴을 배워왔다. 욕실에서는 물기 위에서, 벽지에서는 보이지 않는 습기의 시간 속에서, 주방에서는 잔열과 기름 사이에서, 빨래에서는 젖은 채 머무는 시간 안에서, 옷장에서는 멈춰 있는 공기 속에서 곰팡이를 마주했다. 그리고 에어컨에서는 기계도 하나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그런데 나는 또 하나의 공간을 예외로 두고 있었다. 바로 청소기였다. 더러움을 없애는 도구이니만큼, 그 자체는 깨끗할 것이라는 믿음. 하지만 살림초보의 기록은 늘 그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이번에는 청소기 속에서였다.

    살림 초보의 청소기 속 곰팡이 기록

    청결의 상징이라는 오해

    청소기는 집 안을 정리해주는 상징 같은 존재였다. 바닥에 흩어진 먼지와 머리카락을 한 번에 빨아들이고 나면 공간이 한결 가벼워 보였고, 청소기를 돌린 날이면 오늘은 관리 잘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청소기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먼지통이 차면 비우고, 필터는 가끔 털어주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청소기는 늘 깨끗함의 편에 서 있는 도구라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청소기를 켤 때마다 미묘한 냄새가 올라왔다. 처음에는 바닥 문제라고 생각했다. 음식물이 떨어졌나, 매트가 덜 말랐나 싶었다. 그러나 먼지통을 비우기 위해 분리하는 순간, 원인이 청소기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도 한동안은 외면했다. 더러움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히 복잡해질 것 같았고, 번거로워질 것 같았다. 하지만 외면은 해결이 아니었다. 방치된 시간만큼 냄새는 더 짙어졌다.

     

    한때는 편리함을 위해 선택한 도구가 오히려 귀찮음을 늘린다는 생각에, 어린 시절 부모님이 하던 것처럼 빗자루와 걸레를 꺼내 들기도 했다. 기계 없이 직접 쓸고 닦는 방식이 더 단순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관리의 방식이었다는 걸 곧 알게 됐다.

     

    먼지통 속에는 단순한 흙먼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머리카락, 섬유 조각, 과자 부스러기, 식물 , 피부 각질 같은 다양한 유기물이 섞여 있었다. 나는 그동안 그것을 모두 먼지라고 단순화해 생각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종류의 유기물이 모여 있는 작은 저장소였다. 그리고 안에 습기까지 더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는 이미 욕실과 주방, 빨래와 옷장을 통해 충분히 경험해본 상태였다. 청소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먼지와 습기가 만드는 또 다른 조건

    살림초보였던 나는 청소하는 것 자체에만 집중했다. 눈에 보이는 먼지가 사라지면 관리가 끝난 줄 알았고, 청소기 필터나 내부 건조까지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 장마철이 되자 문제가 선명해졌다. 공기 중 습도가 높아지면서 바닥의 먼지 자체가 눅눅해졌고, 그 상태로 빨려 들어간 먼지들은 먼지통 안에서 쉽게 마르지 않았다. 나는 청소가 끝나면 곧바로 먼지통을 닫아 본체에 결합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했지만, 내부는 공기 흐름이 거의 없는 밀폐 구조였다. 그 안에서 먼지와 수분은 조용히 머물고 있었다.

     

    특히 무선 청소기는 사용 후 바로 충전 거치대에 꽂아두는 습관이 있었다. 편리함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용 직후의 청소기 내부에는 미세한 열기와 습기가 남아 있다. 그 상태로 벽에 밀착된 공간에서 닫힌 채 머무르면, 내부는 어둡고 습한 조건이 유지된다. 옷장에서 배웠던 닫힌 공간은 공기가 멈춘 공간이라는 문장이 그대로 적용되는 순간이었다. 청소기는 공기를 순환시키는 도구지만, 멈춘 뒤에는 오히려 공기가 고여 있는 구조가 된다.

     

    물걸레 키트를 사용하는 날은 상황이 복잡했다. 물걸레 패드를 완전히 건조하지 않은 다시 결합하거나, 먼지통과 물통을 함께 보관하면 내부 습기가 빠져나갈 시간이 없다. 욕실에서 물기와 유기물이 만나 곰팡이가 자랐듯, 청소기 안에서도 같은 조건이 형성되고 있었다. 나는 바닥을 깨끗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청소기 내부에는 다른 습기의 공간을 만들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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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랐다는 착각의 반복

    한 번은 청소기 필터를 물로 세척한 뒤, 겉이 마른 것처럼 보여 다시 장착한 적이 있다. 바람이 통하는 곳에 두었고, 충분히 말랐다고 믿었다. 하지만 며칠 뒤부터 청소기를 켤 때마다 이전보다 더 강한 냄새가 올라왔다. 원인은 단순했다. 필터 겉면만 마른 것이었고, 내부 깊숙한 곳에는 여전히 수분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요즘은 무선청소기를 사용하다 보니 자주 꺼내 쓰고, 또 자주 세척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완전히 건조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가 더 많았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판단이 반복됐다. 하지만 그 짧은 조급함이 문제를 키웠다.

    나는 이미 빨래와 옷장을 통해 배웠다. 겉이 보송해도 내부에 남은 미세한 수분은 시간을 만나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그런데도 또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청소기 필터는 구조상 촘촘하고 겹이 많아 건조 시간이 길다. 특히 습도가 높은 날에는 겉과 속의 건조 속도가 다르다. 나는 그 차이를 무시한 채 느낌으로 판단했고, 그 판단이 냄새로 돌아왔다.

     

    브러시 롤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에 보이는 머리카락만 제거하면 관리가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롤 안쪽에는 먼지와 섬유 조각이 얇게 쌓여 있었다. 그 위로 바닥의 미세한 수분이 스치듯 지나가면 보이지 않는 막이 형성된다. 주방에서 기름막이 곰팡이의 발판이 되었듯, 청소기에서는 먼지층이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나는 깨끗함을 만드는 도구 안에서도 또 한 번 겉만 보고 판단하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다.

     

    청소기 보관 위치의 사각지대

    나는 청소기를 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두었다. 벽에 바짝 붙여 세워두거나, 문 뒤 틈에 밀어 넣거나, 창고 한쪽에 집어넣는 식이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 정리된 느낌이 중요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공기 흐름이 거의 없었다. 특히 외벽과 맞닿은 위치는 온도 차의 영향을 받기 쉬웠다. 겨울철에는 차가운 벽과 실내 공기의 온도 차로 미세한 결로가 생길 수 있고, 그 근처에 놓인 청소기 역시 영향을 받는다. 내부가 완전히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면, 그 환경은 충분히 습기를 머금은 채 머무를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충전 스테이션 주변도 또 다른 사각지대였다. 청소를 마치자마자 바로 거치대에 꽂아두는 습관은 편리했지만, 내부 열기와 남은 수분이 빠져나갈 시간을 주지 않는 행동이기도 했다. 에어컨을 통해 배웠듯, 가동 시간만큼이나 멈춘 뒤의 시간이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또 한 번 기계라는 이유로 예외를 두고 있었다. 정리해 두었다는 안도감이, 내부 환경까지 관리하고 있다는 착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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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 기준이 달라지다

    청소기에서 냄새를 경험한 뒤, 나는 관리 기준을 다시 세웠다. 먼지통은 비운 뒤 바로 닫지 않고 잠시 열어두어 건조시킨다. 내부를 마른 천으로 한 번 더 닦아 잔여 먼지를 제거한다. 필터는 세척 후 하루 이상 완전히 건조시키고, 습한 날에는 더 긴 시간을 둔다. 물걸레 패드는 분리해 따로 널어 말리고, 본체 역시 가끔은 분리해 내부 공기를 환기시킨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본 습관은 먼지들을 바로바로 비우는 것이다. 살림초보시절 제일 좋아했던 방치, 하지만 습관 변화로 방치대신 관리를 해주니 오히려 살림이 점점 편해졌다. 

     

    사용 직후 바로 거치하지 않고 잠시 두어 내부 열기와 수분이 빠져나가도록 한다. 큰 비용이 드는 일은 아니다. 다만 시간을 들여 기다리는 일이다. 살림초보였던 나는 늘 빨리 끝내는 것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마무리하는 시간을 계산하게 됐다.

     

    욕실에서 배운 물기의 시간, 주방에서 배운 잔열의 시간, 빨래에서 배운 젖은 시간, 옷장에서 배운 멈춘 공기의 시간. 청소기에서는 모아둔 오염의 시간을 배웠다. 곰팡이는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조건이 쌓이고, 공기가 멈추고,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할 때 조용히 자리 잡는다.

    청소기는 깨끗함을 만드는 도구였지만, 동시에 더러움을 저장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나는 이제 청소기를 돌린다고 해서 청소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소기 속 환경까지 점검해야 비로소 정리가 마무리된다고 느낀다.

     

    살림초보의 기록은 결국 하나의 문장으로 이어진다. 안의 모든 것은 공간이다. 그리고 공간은 관리하지 않으면, 조용히 조건을 쌓는다. 청소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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